글을 쓰는 자세

Posted at 2007. 11. 16. 09:21// Posted in 책을 쓰자


어려워요.



종종 제자들이 물어 옵니다. 그래서 아주 많이 당하는 질문에 답을 달아 둡니다. 그리고 이 답을 바꾸어 갑니다. 답이 바뀌는 날은 작은 깨달음이 있는 날입니다. 기분 좋은 날이지요.

선생님, 글을 쓰다 한 줄도 쓰기 어려워지면 울고 싶어요. 그럴 때는 어떻게 하지요 ?

나도 운다. 이놈아.
울면 좋지 않더냐 ?

언제 글쓰기가 가장 어려 우세요 ?

사실 난 별로 그런 적이 없다.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어서 인 것 같기도 하다. 그나마 글쓰기가 그 중 나은 취미다. 잘 된 글도 있고 바보 같은 글도 있다. 잘된 글은 잘 돼서 기분 좋고, 시시한 글은 조금 고쳐 더 나아지면 그래서 좋다. 어떤 것은 수리불능인 것들도 있다. 처음엔 어떻게 고쳐보려고 끙끙거리다 열 받으면 잘못 구어 진 사발 깨듯 확 날려 버린다. 그러면 앓던 이 빠지듯 상쾌하다. 그 맛이 또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글을 계속 쓰면 누구나 더 잘 쓰게 되나요 ?

쉽게 말하기 어렵다. 간단한 노력이 재능을 쉽게 빛나게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재능이 있는 사람들도 단계를 넘어서기 어려운 지점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걸 넘어서는 길은 마음의 의심을 이기고 정진하는 길 밖에는 없다. 땀이 곧 절벽을 오르는 계단이다. 가파른 곳에서 산에 오르기를 포기하면 결국 자신의 봉우리에 이르지 못한다.

재능이 있는 지 없는지는 시작하기 전부터 스스로 감지할 수 있다. 재능은 송곳 같은 것이라 주머니에 감추어 두어도 뽀죽한 끝이 주머니를 뚫고 나오는 것이다. 작은 습작으로도 눈에 띄게 글이 좋아지면 속에 숨어 있던 재능이 싸고 있던 보를 뚫고 급류처럼 쏟아져 나와 이윽고 강처럼 제자리를 잡아 가기 때문이다.

재능이 없으면 문학을 하기 어렵다. 그러나 일반 전문서를 쓰는 데는 특별한 글쓰기 재능이 그리 중요하지는 않다. 속에 있는 생각을 다른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전하면 되는 것이다. 그건 누구나 해 낼 수 있다. 그러나 매일 쓰지 않으면 그것도 어렵다.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하지요 ?

먼저 많이 읽어야한다. 독서 없이는 글쓰기가 어렵다. 천둥과 벼락처럼 남의 글이 꽂혀들어야 글을 쓰고 싶어진다. 남의 글에 대한 질투가 없으면 좋은 글쟁이가 되기 어렵다.

그 다음은 생각을 해야 한다. 비유컨대 독서만으로는 관음증과 같아서 숨어 보기는 했지만 만져 보지는 못한 것이다. 생각은 몸을 더듬는 것이다. 읽은 것과 생각이 더해지면 정신적 화학 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자기의 생각이 생기고 지적으로 흥분하고 고양된다.

그 다음 글쓰기다. 자기의 생각, 그것을 가장 잘 표현해 보려고 용을 쓰는 것이 바로 글쓰기다. 글쟁이에게 글쓰기는 섹스와 같다. 생각의 배 위에서 격렬하게 요동치고 이윽고 뽕 같은 엑스터시를 통해 내장을 다 쏟아 내야 좋은 글이 나온다. 그래야 불임으로 끝나지 않고 생산할 수 있다. 창조 말이다. 그 글들이 하나의 방향으로 결집되어 완성도를 가지게 될 때 하나의 책이 탄생되는 것이다. 책은 작가에게 아이와 같다. 까질러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책임져야하는 것이다.

글쓰기 강독을 하기에는 미치도록 좋은 날입니다. 미치세요. 살며 한 번도 미치지 못하는 것은 정말 미친 짓이지요.

'책을 쓰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평] 빈곤의 종말 _ 제프리 삭스 지음  (0) 2008.09.14
[서평] 마음을 팔아라.  (0) 2008.07.16
구본형의 책  (0) 2008.03.15
막스 베버_이 사람을 보라  (0) 2008.02.17
[댓거리] 대담  (0) 2007.09.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