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하듯이

- 핵심있게

- 재미있게

- 매끄럽게

 

요렇게 쓰라고 주문을 하시는데 어렵다. 글쓰기는 너무 어려워.


백권 가약 관련 사이트 
 - http://bit.ly/9BkEMU

<백권가약> 상상모임 운영자 이정훈 인터뷰

 

 

- 자신이 이끌고 있는 백권가약 모임을 소개한다면?

 책 안 읽고 와도 괜찮은 독서 토론 모임을 지향합니다. 흔히 독서 토론 모임하면 책을 꼭 읽어야 되고 참가하면 웬지 어려운 이야기를 해야 될 것 같다는 선입견을 가집니다. 하지만 우리 모임은 책을 안 읽어도 되는 쉬운 이야기를 합니다. 자기도 이해 못하는데 단순히 앞에 있는 사람보다 많이 아는 걸 자랑하기 위해 어려운 이야기를 하는 것 보다 자기가 경험한  진짜 이야기를 하는게 훨씬 가치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게 소통의 본질이라 생각하구요.


 장소는 종로에 있는 윙스터디 혹은 토즈이고 모이는 시간은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입니다. 참석자는 대략 8~10명 정도되고 아주머니, 처녀, 총각 등 연령대는 다양합니다. 


- 운영한 지 얼마나 되었는지, 무슨 책을 읽었나요.

   올해 1월부터 시작했으니 현재 4월까지, 4번 모임을 가졌습니다. 아 1월은 제가 운영자는 아니고 참가만 했습니다. 우리 모임 특징이 행복한 상상에서 선정한 <백권가약> 추천 도서 중에서 그 달의 주제 조서를 선정한다는 것 입니다. <백권가약> 추천 도서 100권( http://bit.ly/cGz8GZ )에서 정하니 특정 분야의 책을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읽습니다. 또한 책들이 다들 훌륭하다 보니 책이 안 좋아서 토론 분위기가 흐트려 지는 경우는 없었죠.


1월 :  <바리데기>, <강의>

2월 : <달과 6펜스>,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3월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서울을 거닐며 사라져가는 역사를 만나다>
4월 : <달려라 아비>, <철학과 굴뚝 청소부>

꼽아보니 한국문학2번, 서양문학1번, 에세이1번, 철학1번, 경제경영1번, 인문1번, 역사1번 이렇게 골고루 했네요.


- 운영하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소개해 주세요.

  웃으면서 토론이 진행되다 보니 특별히 더  재미있었다고 할만한 게 기억에 잘 안 떠오르네요.  


  음, 개인적으로는 여자 친구가 4번 중 3번을 참가를 했는데 그때마다 아슬아슬 했습니다. 아무래도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랑 공적인 자리에서 만나는 게 부담이죠. 여자 친구가 1번 안 나왔을 때는 이런저런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 - 회사 때려 치우려 했다. 하루 6시간 일하고 한 달에 120만원만 벌고 살겠다 등 -를 했는데 여자 친구가 있을 때에는 아무래도 조심스럽더군요. 조금 겁없는 이야기를 하다가 눈이 따악 마주치는 순간 얼음이 되어 오그라들곤 했습니다. 

 

- 토론 모임 운영이 자신에게 어떤 점이 도움이 되나요?

   도움을 바라고 운영을 한다 머 이런 생각은 안 해보았구요. 그냥  책 읽고 이야기 나누는게 재미있어서 하는거죠.  실제로 책 읽는 것 이 외 운영자로서 따로 준비를 하는 것도 거의 없구요. 

 

   도움이라기 보다 아주머니, 또래 여자 분, 학생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오시니 그 분들 이야기 듣는 게 즐겁습니다.  아~ 나랑 똑같네 하며 느끼는 동질감 혹은 아~ 저렇게 깊은 뜻이 하면서 배우는 게 재밌죠.


- 대학 때부터 토론모임을 지금까지 하셨다고 하는데, 무엇이 그렇게 할 수 있는 힘이었나요?

   제가 대학교 동아리를 독서 토론 동아리를 했습니다. 우리 동아리가 1학년 대상으로는 신입생들만 따로 모여서 1주일에 1번씩 독서 토론을 했었습니다. 매주 월요일 늦은 6시였는데 그때가 최고의 시간이었습니다. 지금껏 살면서 가장 즐거웠던 시간입니다. 


   흔히 토론을 하다보면 아무래도 선배 혹은 많이 아는 사람들이 주로 말하게 됩니다. 자연히 몇몇만 말하고 다른 사람들은 그저 듣기만 하죠. 그러면 자연히 잠만 오는 고등학교 주입식 수업처럼 따분해집니다. 머 좋은 말은 많이 들은 것 같은데, 그래서 어쩌라고 이러면서 별다른 감동은 없습니다. 끝나고 문닫고 나오면 끝이죠.


 그런데 1학년 동아리 독서 토론(대거리라고 했습니다.) 모임은 다 같은 동기들이니 그런 게 없었습니다. 서로 마악 떠들죠. 아는 것도 별로 없으니 자연히 책에 있는 이야기가 아닌 평범한 이야기들을 많이 합니다. 그게 참 좋았습니다. 술도 안 마셨는데 어린 왕자의 인간에게 길들여진다, 철학이 머니 이런 이야기를 진지하게 했습니다. 서로 평등한 상황에서 꺼리낌 없이 어려운 남의 이야기 말고 자기 이야기 하던게 가장 좋았던 부분이죠. 저는 그 기분을 지금도 계속 계속 느끼고 싶은거죠.

 

- 직장인들이 다들 바빠서 책읽을 시간이 없다고 합니다. 독서토론 모임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거창하게 말해서는 주류 질서인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거고 작게는 '책 읽는 부모'가 되는 거죠.


  'MB'가 대통령이 되고 '조중동'이 여전히 주류 신문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우리가 기존 주류의 잘못된 편견에 당하고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이데올로기에 벗어나려면 최소한의 민주주의 시민으로서의 소양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책을 꾸준히 읽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죠.  


  부모들이 책을 안 읽는데 애기들에게 책 읽으라고 말하는 건 넌센스라 생각합니다. 집에서 TV 끄고 책 읽으면 저절로 애들도 따라 읽겠죠. 그렇게 자란 아이는 책 안 읽는 또래와는 다르겠죠. 모든 경쟁의 근본은 차별성입니다. 책 읽은 아이는 논술로 대학도 갈 수 있고 면접 잘해서 취직도 잘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근데 우리도 9시간만 딱 일하고 6시 퇴근하면 사람들 책 많이 읽을 것 같습니다. 개인의 문제라기 보다는 사회 시스템의 문제 같습니다.

 

- 모임에 참여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모임을 홍보해 주세요.

   지금 8명 정도 참여하고 있으니 딱 좋은 인원입니다. 더 이상의 사람들은 토론 분위기를 위해서 사실 사양하죠. ㅎㅎ


  저는 회사에서 남자들끼리 주로 하는 부동산, 주식 이야기가 참으로 재미없습니다. 돈이 없는 저에게 투자건 투기건 그건 딴 나라 이야기죠. 여자들은 쇼핑, 아이들 학원 이야기만 한다고 하더라구요.


 가끔씩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 저희 모임 오셔서 즐기다 가시면 됩니다. 물론 책에 대한 이야기라 재미없는 이야기도 합니다. 그래도 라캉의 "나는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 이런 말 보다는 이쁜 옷 입은 친구랑 같이 다니면 이쁜 옷 입은 애 한테만 관심을 가진다. 나는 분명히 옷은 깔끔하게만 입고 다니는데 요 따우 시선을 당하면 나도 명품 사고 싶다. 같은 말을 해도 이렇게 말하니 좀 더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 앞으로 어떤 식으로 모임을 운영하고 싶은가요?

 지금과 크게 차이는 없을 것 같구요. 목표라고 하면 2년 동안 꾸준히 해서 50권 하는 것 입니다. 대신에 중간중간 이런저런 실험은 하고 싶어요. 토론 중간에 낭독도 하고 모임 후기를 트위터 140자 형식으로 서로 공유도 하고 싶고 고등학생 혹은 부부도 초청하고 싶구요. 


 항상 염두에 두는 건 모인 사람 모두 모임 끝나고 책 한 번 더 보고 싶고 다음에 또 와서 소통하는 재미를 느끼도록 하고 싶다는 것 입니다.  

 

- 내 인생의 책을 3권 정도 소개해 주세요. 그 이유도 함께.

  이거 전에도 몇 번 이야기한 것 같은데요. 1학년 때 읽은 3권의 책 입니다. 강준만 '김대중 죽이기', 조한혜정 '탈 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글 읽기와 삶 읽기', 공지영 '인간에 대한 예의'입니다. 1학년 때는 지금과 달라서 말랑말랑하던 때라 무엇이든 꼭꼭 박혔던 때 같습니다. ^^

 

 강준만 씨 책에서 저자 특유의 최선, 차선, 차악, 최악으로 대표되는 징그러운 논리를 배웠죠. 단순히 양비론에 빠지는 건 잘못된 거구나는 깨달음. 조한혜정 씨 책은 내 이야기, 우리 이야기를 해야 되는구나 라고 알게 되었습니다. 대학 교수라는 지식인들도 그냥 갖다 베끼는 구나라는 정도. ㅎㅎ 공지영씨는 양심수들 이야기에서 돈이 아닌 진심으로 사람을 대해야 된다 정도. 그런데 공지영 씨는 저자의 화려한 필력에 속은 케이스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감정만 후려팠지 별다른 깨달음은 없던 것 같네요. 


 홍세화 '나는 파리의 택시 운전사'도 저에게 '파리', '프랑스'라는 유토피아를 알게 해 준 책이죠. ㅋㅋ


- 나의 꿈, 나의 비전은?

  저도 평범한 직장인 그것도 극히 빡세다는 대한민국 IT 엔지니어입니다. 자연히 나의 꿈, 비전을 잘 모르죠. 시도 조차 안 해 보았기에 꿈, 비전에 대한 자신감이 없죠. 이게 내 꿈 인가? 내가 할 능력은 되나? 해보고 아니면 다시 돌아갈 수 있나? 결혼은 하고 애는 키울수 있으려나? 세상에 대단한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고민들이 가장 큰 문제죠. 그저 바램이 있다면 돈 걱정 조금만 하면서 책 읽고 책 이야기만 하는 그런 직업을 가지는 것 입니다. 


 그리고 저녁 늦게까지 일하거나 회식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면 자연히 퇴근하고 사람들이 좀 더 책을 많이 읽겠죠. 


'이정훈 소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삶에 영향을 끼친 사람  (0) 2010.08.02
2010년 하반기 계획  (0) 2010.07.24
시간을 나누어 드립니다.  (1) 2010.07.21
제 취미는 독서 토론 입니다.  (1) 2010.07.18
2009년과 2010년의 변화  (0) 2010.07.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