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권가약] 4번째 모임 후기

Posted at 2010. 5. 1. 12:46// Posted in 책을 쓰자


 4번째 백권가약 모임. 이번에도 4월의 마지막 주 화요일에 종로 토즈에서 모였습니다. 이번 달 주제 도서는 '달려라 아비', '철학과 굴뚝 청소부' 였습니다. 남자 4분, 여자 4분 총 8분. 항상 여성 분들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성비가 균형을 이루었습니다. 


 처음 참가하신 대학 2학년 이경선 님, 5층 정도야 가볍게 걸어다니시는 정현숙 님, 점점 많은 이야기를 하시는 허수인 님, 항상 에너지가 넘치는 정형자 님, 언제나 성실하신 안학이 님, 같이 책 읽을 여자가 필요하신 장종성 님, 의외로 웃기신 최치훈 님 그리고 저까지 8명이 모였습니다.

 "아픔을 농담처럼 말하는 것 역시 극복하려는 의지가 개입된 거겠죠. 제가 작품에서 말하게 된 상처는 대결이나 화해의 정향성으로부터 자유로운, 어쩌면 처음부터 농담처럼 주어진 상처일 겁니다"

 '달려라, 아비' 김애란 작가의 말입니다. 작가는 이렇게 자신의 아픔을 농담으로 풀어냅니다. 자연스레 '아버지'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술만 먹는 아버지를 저는 존경하지 않습니다. 자연히 김애란 소설의 아버지는 공감 백배죠. 평생 딱 한 번 콘돔을 사기 위해 달린 아버지, 혼자 사는 딸의 반 지하 방에서 TV 보는 것 이 외 다른 걸 하지 않는 아버지. 낯설지 않습니다. 그런 아버지를 '유머'로 풀어내는 작가가 저는 부럽습니다. 저에게 아버지는 그저 무관심의 영역이죠. 

 그런데 이 소설이 화목한 가정을 가지신 분들에게는 불편하다고 하십니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은 상상할 수 없으며 그런 슬픈 이야기를 슬프다고 하지 않고 단순한 장면 묘사로 훓고 가는게 못 마땅하다고 하십니다. 역시 <라쇼몽>. 역시 각자의 관점에 따라 다양한 감상을 말씀하십니다. 이게 바로 독서 토론의 가장 큰 재미입니다. 

[달려라 아비] P.102
그녀는 아버지가 화장실에서 돌아오자마자 유선을 끊은 거에 대해 죽도록 후회했다. 리모컨을 만지는 아버지의 당혹스러운 표정은 고사하고, 갑자기 아버지와 '말'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 어색함. 그 침묵. 저 알 수 없는 표정. 그녀는 아버지의 표정이 새벽에 중계되는 게임 방송처럼 느껴졌다. 벌레처럼 생긴 작은 기계들이 쉴새없이 기어다니며 원석을 실어나르고, 무언가 끊임없이 행해지고 있으나 알 수 없는 해설과 열광이 외계어처럼 다가오던 그 낯섦. 진지한 게이머의 얼굴을 보며, 저 사람과 자신은 절대 같은 시간 속에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느끼던 그 이상하면서도 생경했던 새벽.



 
 두번째 책은 어려운 철학 책 입니다. 운영자는 책을 글자로만 읽어서 의미는 모릅니다. 그리고 허수인 님은 읽으면서 정리까지 하셨지만 100 페이지 넘기기 어려웠습니다. 안 읽으신 분들도 태반이었구요. 하지만 그리 문제될 건 없습니다. 우리는 책 안 읽어도 되는 독서 토론 모임을 지향하니까요.

 “철학자의 아우라에 눌려 내가 들어가지 못할 깊이가 있을 거라 착각하지 마세요. 여러분의 삶을 설명하지 못한다? 그럼 그 철학은 버리면 그만입니다.”

 철학자 강신주 님의 말입니다. 우리도 우리 삶 속에서 철학을 이야기 했습니다. 철학이란게 세상을 바라보는 틀이고 우리는 그 틀에 갇혀 산다는데 다들 동감 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우리에게 자본이라는 타자는 항상 우리에게 무한한 욕망을 강요합니다. 옷이라는 건 단정하게 보여야 한다라는 것을 넘어서서 있어 보여야 되는 것 입니다.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을 위해서라면 모든게 용서가 됩니다. 돈을 위해서 투자자에게 거짓 정보를 제공해도 그건 투자자의 책임이지 정보 제공자의 책임은 아닙니다. 어쩔 수 없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하여 우리는 끊임없이 욕망을 추구하면서 살아야 한다 라는 환상에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참석자들 모두 철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아쉬워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만큼 다음에 철학 책 다시 읽어봐야지 라는 동기 부여를 했으니 훌륭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모임도 똑같이 5월 마지막 주 화요일에 모일 예정입니다. 이번처럼 많은 참석 꾸벅 부탁 드립니다. 

추 신

 . 이번에는 모임 후기를 참가자 분들에게 트위터 형식의 140자 단문 형식으로 요청 했습니다. 2분이 보내 주셨는데 그 후기를 소개해 드립니다.
 
 안학이 님
 우리는 책을 통해서 만났습니다. 갖자 생각이 다르고 가치가 다르고 지향하는 바가 다릅니다. 하지만 상호인정의 틀에서 활발한 토론이 벌어집니다. 그 속에서 자신의 고유한 빛깔을 발하며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줍니다.  그 영향력으로 말미암아 매혹적인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오롯한 나로 참여할 수 있는 곳. 바로 백권가약모임입니다.    

 이경선 님
 저는 이번 백권가약 모임에 참석한 대학생입니다. 이번에 처음 참석하게 되어서 조금은 긴장되고 마음으로 약속 장소로 나갔습니다. 그렇지만 내내 책에 대해 흥미롭게 토론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달려라 아비에 대해 토론 할 때에는 무엇보다 많은 분들의 다양한 생각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토론을 하면서, 제가 책을 읽으며 느꼈었던 생각이 이 책 속의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개개인의 삶의 과정과 생각에 따라 감상이 이렇게나 달라 질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반면 '철학과 굴뚝청소부'는 조금 까다로운 책이었습니다. 워낙 접하기 어려운 철학이라는 분야였고, 내용이 어렵다보니 다가가기 힘든 책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책의 내용을 현실의 문제와 연관시켜 토론하면서, 철학이 멀게만 있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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