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공포

Posted at 2011. 2. 7. 03:53// Posted in 책을 쓰자
우리 사회의 공포감. 끊임없이 비정규직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 이것이 바로 우리 사회가 발전하는 동력 아니겠는가? 사람의 능력이란 극한 상황에서 어떤 한계를 초월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일상에서의 지배력이다. 항상 공포에 떨고 있는 사람만이 평소에 나태함에 빠지지 않는다. 쉬운 예로 삼성의 위력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삼성은 기본적으로 창의력이 뛰어난 기업이 아니다. 단지 그들은 실수를 하지 않을 뿐이다. 아이패드 보고 갤탭으로 따라잡는 속도를 보아라. 다른 기업들은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그 원동력은 위에서 말한 공포이다. 일상을 공포로 만들어서 근로자들이 매사에 꼼꼼하게 살펴보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물론 그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수준이 상상 이상이다. 다른 한국의 다른 LG니 현대니 하는 기업들은 따라 할 수도 없을만큼 촘촘하게 짜여져 있다. 하물며 중소 기업이며 다른 사회의 정상적인 기업들은  말을 해서 무엇하겠는가? 그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으리라.

그 공포를 참을 수 있는 사람만이 삼성의 직원이 될 수 있다. 머 1~2년은 참는다 하지만 그걸 계속 참는 사람들이 신기할 뿐. 머 똑같이 우리 사회는 박정희 이 후 50년을 참기는 했지만.

나는 그 공포를 벗어나고 싶다. 일상은 공포인가? 사람들은 그저 세상에 소풍왔을 뿐이라고 한 시인은 말하지 않았던가?

그 공포의 실상이란 결국 정치 권력의 술수 아니던가? 인간의 본성은 즐기기 위해서 사는 호모루덴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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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몰라요

Posted at 2011. 1. 21. 09:33// Posted in 책을 쓰자
#fb
야구, 몰라요.
- 하일성

2009년 5월의 어느 날이었다. 어느 때와 똑같이 수원 삼성전자에 회의를 다녀오는 길이다. 회의가 늘 그렇듯 결론은 나지 않고 추가로 자료 조사를 해서 다시 보고하겠다는 수준으로 마무리 되었다. 시간이 점심 때라 같이 간 영업팀 김 모 차장과 가까운 곳에 차를 세우고 만만한 순대국밥 집으로 들어갔다.

가벼운 이야기가 오고 가다 김 차장이 은퇴하신 전 사장님이 응급실에 계시는 걸 아는지 물어본다. 회사 돌아가는 사정에 어두운 편인 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뜬다.

“이 대리 그것도 몰라? 지난 2월에 쫓겨난 사장님 지금 삼성병원에 있어. 그것도 영화에서 보던 외부인 일체 출입 금지되고 산소 커튼인가 먼가 하얀 거품 나오는 중환자실 있잖아. 벌써 2달이나 되었데.”

믿기지가 않았다. 얼마전까지 현업에서 건강하게 활동하는 분인데. 삼성 계열사 사장님 이셨던 그 분은 평사원으로 입사해서 사장까지 오른 분이다. 삼성 그룹 임원만 15년 이상 꽤 오래 하셨다. 주변의 전무, 상무 등 높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하시는지 잘 모르겠지만 일반 말단의 직원들에게는 온화하셨다. 체육 대회 등 전 임직원이 참여하는 행사에서는 늘 트로트로 부르시며 소탈한 모습을 많이 보여 주셨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에게는 ‘롤모델’ 정도될까? 사돈에 팔촌까지 통들어도 고위층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고 재능도 극히 평범하여도 열심히 노력하면 사장님처럼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희망을 가지게 만드시는 분이셨다.

그런데 그 분이 지난 정기 임원 인사 이동에서 물러나셨다. 삼성 그룹 내에서 60살 이상의 임원을 정리한다는 뉴스가 나오고 얼마 지나고 나서다. 해마다 삼성은 목 두꺼우신 42년 생 회장이 젊은 조직 운운하면 자기보다 젊은 분들이 우수수 물러 난다. 그건 2008년, 2009년, 2010년 해마다 똑같다. 우리 사장님도 48년생이시니 연세가 꽤 되셔서 명퇴를 당하셨다.  그만두시고 소일하시던 사장님은 3월 어느 토요일에 사모님과 예술의 전당에서 뮤지컬을 보셨다. 돌아오는 월요일은 두 분이 하와이로 여행이 예정되어 있다고 하였다. 모르긴 몰라도 30년만의 두 분 만의 오붓한 휴가이시지 않으셨을까?
 
물론 나도 들은 이야기라 정확하지는 않은데 사장님이 뮤지컬 잘 보시다가 조금 어지럼증을 느꼈다고 하였다. 요즘 나이에 62살이면 젊은 편이니 괜찮겠지 하셨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쓰러지셨다. 그 길로 응급실에 가신 사장님은 깨워나지 못하셨다. 평소에 늘 운동을 열심히 하시는 분이라 직원들에게 늘 건강을 강조하는 하는 분이셨다. 전사 산행을 하면 직원들에 비하여 빠른 걸음으로 산에 오르시기도 하셨고, 늘 기운이 넘쳐 목소리에는 항상 에너지가 느껴지시는 분이었다. 아마도 8할은 퇴임 이 후의 충격이 아니었을까 쉽다.

어안이 벙벙했다. 앞에도 말했듯이 사장님 정도면 평사원들의 롤모델이다. 아마 평범한 샐러리 맨들이 한 번쯤 꿈꾸는 이상형 아닐까? 열심히 일하면 삼성이라는 대기업에서도 임원이 될 수 있다, 임원이면 인센티브가 엄청나다고 하더라, 또 전용 차, 전용 운전사, 전용 비서 등 따라오는 처우가 셀 수 없다고 한다. 소문에 사장님은 오랜 임원 생활으로 강남에서 현금 부자라는 말을 듣기도 하신다고 하셨다. 그런데 이제 막 은퇴하시고 여행 다니시면서 자기도 돌아보면서 조금 여유있게 사시려고 하는데... 너무나도 짧다.

‘샐러리 맨은 아무리 성공한다고 해도 그렇게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진을 하고 좋은 부서로 이동을 하고 포상을 받고 그런 것들이 참으로 허망하게 보였다. 그래서 그 끝은 먼데? 라고 묻는다면 별다른 답이 없을 것 같았다. 물론 회사 생활은 승진만이 전부가 아니다. 승진을 조금 미루고 천천히 살아가시는 분들도 참으로 많다.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럼, 회사를 벗어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사장님은 현업에 계속 계셨으면 건강하셨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과연 회사란 놈이 무엇이길래 이렇게 한 사람의 생명을 좌지우지 하는 것일까? 물론 혼자서 망상하는 것일 수도 있다. 퇴직과 크게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고민이 쉽사리 사라지지는 않았다. 과연 나에게 회사란 내 청춘을 바칠만한 곳인가? 퇴직이라도 당하면 어떡할 것인가?  사춘기 시절은 물론 대학교에서 한 참 놀 때도 고민하지 않았던 것들에 조금씩 발목이 잡혀갔다.

그리고 2009년 5월 23일 토요일.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셨다. 아마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비슷하였듯이 생각이 많아졌다. 덕수궁 추모 행렬에 선 나의 고민에 ‘죽음’까지 더해졌다. 과연 삶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죽음이란? 인생의 유한성 등등 정답이 없는 문제들이 나를 괴롭혔다. 그러고 난 후 월요일 출근을 하니 사장님이 5월 22일에 돌아가셨다고 하였다. 그렇게 5월이 깊어졌다.

이러한 일련의 고민들은 나에게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그 해 10월 삼성에서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였고 다음 해 12월에는 그 회사도 그만 두었다. 평소 관심 있었던 독서 및 글쓰기 관련 수업을 몇차례 들었고 직접 독서 토론 강사로 활동하기도 하였다. 또한 100일 동안 매일 글을 쓰는 프로그램도 참가 하였고 희망제작소라는 시민단체에서 주관한 직장인 강의도 재미있게 들었다.    

그랬다. 그 날 점심 시간의 충격, 그리고 떠올랐던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나머지 시간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비교적 예측 가능했던 내 인생이 어느 야구 해설자의 말처럼 모르는 것으로 바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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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 대한 열정

Posted at 2011. 1. 18. 08:54// Posted in 책을 쓰자

#fb 야구에 대한 나의 에피소드를 적어 보려 한다. 이유는 <마흔, 마운드에 서다/정범준 작> 라는 책에 감동하였기 때문이다. 나도 작가 아저씨처럼 야구에 대한 책을 한 권 써보고 싶은 목표가 생겼다. 물론 언제 유통기한이 만료될 지 모르는 또 하나의 설레발 일지 모르지만. 

<사회인 야구 필독서>



나는 야구를 하다 팔이 부러졌다. 공에 맞거나 방망이에 맞아서가 아니라 어처구니 없게도 공을 던지다 팔이 부러졌다. 정말로 공만 던졌는데 뼈가 정확히 3등분 되었다. 웃지 마시라. 농담 아니다.

그때는 내가 사회인 야구 시작한 초창기로 기억하니까, 아마 2006년 여름 일 것 이다.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 날은 경기 시간이 토요일 새벽 6시 30분으로 잡혔다. 새벽 시간으로 잡은 사연이 조금 웃긴데 상대 팀이 ‘유흥업소’ 관계자였기 때문이다. 그 분들이 밤을 새고 근무하고 오셔야 했기에 부득이 경기 시간을 새벽으로 잡아야 했던 것이다. (가끔 ‘언니’들도 응원 오셔서 흐뭇했다.^^)  

이른 시간이라 허겁지겁 노원구에 있는 산업대학교 운동장에 도착한 우리들은 스트레칭 없이 바로 게임에 들어갔다. 보통의 경우 아무리 늦어도 목소리가 큰 팀 동료 김병우 선수의 구령에 맞추어서 반드시 체조를 했는데 그 날 따라 조금 이상했다. 그리고 신입 회원 한 분도 게임에 선발로 출전했다. 보통 신입 회원은 주로 대타로만 출전하는데 그 날 따라 선수가 부족했던 것이다. 다행히 우익수이기에 공이 안 날라가겠지 했다. 사회인 야구 하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사회인 야구에서 우익수 쪽으로는 좀처럼 공이 날라가지 않는다. 그래서 ‘잉여’ 분들이 주로 우익수 수비를 맡는다.

사단은 1회 초 시작 하자마자 났다. 대부분의 사회인 야구가 그렇듯이 선두타자는 스트레이트 포볼에 도루, 무사 2루가 되었다. 이어서 나온 2번 타자가 우익수 쪽으로 힘없이 높이 뜨는 플라이 볼을 때렸다. 하지만 방금 말한 오늘이 데뷔전인 신입 이진영 과장님이 우왕좌왕 하시다가 볼을 놓쳤다. 생각보다 야구에서 뜬 공을 잡는 건 쉽지 않다. TV에서 보면 선수들이 쉽게 플라이 볼을 처리하기에 일반인들이 만만하게 보는데 내 장담하건데 처음 야구 하시는 일반인들이라면 백이면 백 다 놓친다.

2루수였던 내가 재빨리 달려가서 공을 잡았다. 공을 잡으려는 순간 이제 막 2루 주자가 3루 베이스를 돌고 있는 것이 보였다. 평범한 공이라 잡힐 것으로 생각한 2루 주자가 스타트를 늦게 하였다. 순간 익숙한 프로야구 화면이 뇌리를 스쳤다.

상황은 1:1 동점, 9회 말 2사 2루의 긴장되는 순간. 일단 정확히 맞추어야 된다는 생각으로 짧게 밀어친 타자의 공은 우익수 앞으로 빠르게 굴러간다. 경기를 끝내고자 2루 주자는 미친 듯이 3루를 밟고 홈으로 질주한다. 전진 수비 하고 있던 우익수는 날렵하게 공을 낚아채서 번개같이 홈으로 공을 던진다. 2루 주자와 포수가 홈베이스에서 격렬하게 뒤엉킨다. 박빙의 순간이다. 둘 다 애절한 눈빛으로 심판을 바라보고 있다.

그랬다. 숱하게 보아왔던 장면이 번개같이 스쳐갔다. 이제 막 주자가 3루를 돌고 있으니 내가 잘만 던지면 홈에서 아웃시킬 수 있다. TV에서 보기만 한 플레이를 내가 직접 하는 것이다. 물론 나는 프로가 아니다. 하지만 그건 주자도 마찬가지다. 공을 움켜쥐고 한발 두발 도움 닫기를 해서 힘차게 홈으로 공을 뿌린다. 내 몸의 모든 에너지를 공에 모았다.

<마음만은 추신수>


그런데 던지고 나자 무언가 이상했다. 공을 던지고 난 팔이 제 위치가 아닌 것이다. 공을 던져보면 알겠지만 공을 던지고 나면 팔이 45’ 각도로 자연스럽게 하반신 방향으로 내려가야 한다. 그런데 팔이 덜렁덜렁 매달리고 있는 느낌이었다. 뼈가 부러진 것이다. 나중에 병원에서 X-ray를 찍고 나서야 알게 되었지만 오른팔 상박 부분(팔꿈치에서 어깨까지)의 뼈가 정확히 3등분 나 버렸다. 의사는 이 부분의 뼈가 사람 신체 중 허벅지와 함께 가장 두꺼운 뼈인데 어떻게 공을 던졌는데 부러지냐고 의아해했다.

극심한 통증이 몰려왔다. 옛말에 ‘뼈를 깍는 고통’ 이라는 말이 있다. 고통 중에서 가장 아픈 고통을 일컫는 말인데 왜 그 말이 생겼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정말 무지막지 하게 아팠다.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처음에 다들 어깨 탈구 정도로 생각했다. 당연히 공을 던지고 나서 아파하니 그럴 수 밖에. 그래서 내 팔을 이리저리 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다행히 상대 팀의 어느 한 분이 약간 아는 것이 있어 탈구 라면 어깨 부분이 부어 오르는데 이상하다고 하면서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 이런 걸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될까. 뼈가 부려졌는데 누군가가 뼈를 맞춘다고 이러저리 내 팔을 만졌다면?

급히 차를 타고 산업대 근처 가까운 ‘원자력 병원’으로 갔다. 가는 도중 고통이 장난이 아니었다. 차가 덜컥 거리니 당연히 그 진동이 고스란히 나의 부러진 뼈로 전해졌다.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 마다 어찌나 괴롭던지. 뒤에 나오겠지만 그런데 그 고통을 노원구에서 분당까지 한 번 더 겪었다.

응급실에 도착했다. 나는 아파 죽겠는데 태평한 토요일 응급십 당직 근무자(의사는 물론 인턴도 아니다.) 는 X-ray 부터 찍자고 한다. 한 참 후에 인턴 쯤 되어 보이는 사람이 오더니 뼈가 부러졌다고 한다. 사진을 보여주며 “여기 보이시죠? 3등분 났네요.” 라며 나도 알만한 이야기를 했다. 젠장, 저러고 의사인지. 그런데 웃기는 건 여기가 암 전문 병원 이라는 거다. 원자력 연구소 산하 기관으로 출발해서 산업 재해와 관련된 방사선 연구를 주로 한다고 하였다. 이 아무것도 모르는 청둥벌거숭이 같은 인턴이 대뜸 나에게 ‘골수암’ 운운한다. 사람의 팔 상박 부문의 뼈가 얼마나 두꺼운데 공을 던져서 쉽게 부러질리가 없다는 극히 상식적인 설명을 하면서 X-ray 사진을 보니 내 뼈 밀도가 약해 보인다며 정밀 진단을 하자고 한다. 참으로 황당했다.

나는 그냥 공을 던졌을 뿐이다. 그러다 사고가 났고 그저 어깨 탈구 려니 했는데 아닌 밤중의 홍두께도 유분수지 ‘암’ 이라고 한다. 뼈가 부러진 것도 믿기지가 않는데 ‘암’ 이라니. 일단 병원에서 일하는 큰누나에게 전화했다. 누나는 자기가 일하고 있는 분당의 재생 병원으로 오라고 한다. 아무래도 병원은 아는 사람 있는 곳이 낫다 싶어 분당으로 다시 부러진 팔을 잡고 이동했다. 출반 전에 응급 처지로 뼈를 맞추었다. 두 명이 내 팔을 잡고 으그적 했다. 정말 당한 사람만이 그 고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분당에서도 노원에서 했던 것과 똑같이 사진을 찍고 기다린다. 팔이 점점 부어올라서 이제는 손까지 퉁퉁 부어 올랐다. 큰누나가 오고 팀원 중의 이 과장님도 도착했다. 이 과장님이 공만 제대로 잡았어도 이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으니 많이 미안해 하시겠지. 그런데 의사는 없다. 토요일이라 당직 의사만 있는데 그 당직은 수술하기 곤란하다고 한다. 이런 황당한 경우라니. 누구는 뼈가 부러졌는데 의사가 없어 수술을 못한다? 누나가 말을 하더니 그냥 병원 말을 듣자고 한다. 전공이 아닌 사람 그것도 당직 의사면 통상 레지던트가 많은데 그 친구가 하면 제대로 수술을 못한다는 것이다. 그냥 월요일까지 참는 게 낫다고 한다. 모르는 환자 처지 인지라 고분고분 말을 듣는 수 밖에. 뼈가 부러진 채로 고스란히 토요일, 일요일을 지내야 될 판이다.

그래도 다행히 X-ray 사진으로 보면 암은 아니라고 해서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원자력’ 병원에서 오버(?) 한 것이다. 그렇게 응급실에서 부러진 뼈를 움켜쥐고 주말을 보내고 다음 월요일 수술을 받았다. 내 생애 처음으로 전신 마취를 했다. 마취 전, 후의 몽롱한 느낌은 지금도 생생하다. 눈앞에서 갑자기 희미해진 수술용 전등, 덩그라니 휑하고 추운 마취 회복실. 간호사가 한마디 한다. “안 깨어날 수도 있어요.” 젠장.

그렇게 철심을 박고 또 그걸 제거하는 수술을 또 했다. 2번이나 전신 마취를 했다. 전신 마취 후 어린 시절 똑똑하다는 소리를 제법 들었던 나는 총기가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나는 그 해 겨울 그라운드로 다시 복귀했다. 모든 사회인 야구 팀이 그렇듯 우리 팀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자체 청백전을 겨울에 가졌다. 그 시즌 마지막 게임에 부상으로 ‘시즌 아웃’을 판정 받았던 내가 출전 한 것이다. 팀원들이 무척 반가워 했다. 그랬다. 팔이 부러져도 나는 야구를 계속 하고 싶어했다.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른다. 팔이 부러졌다면 영원히 야구를 그만두어도 이상할 리 없건만 굳이 나는 그 시즌에 바로 복귀를 하고 싶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아래의 말과 조금은 유사하지 않을까? 2011년, 그렇게 나의 야구는 계속되고 있다.

야구에 대한 나의 열정은 스피드건에 찍히지 않는다

-톰글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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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 151호 리뷰

Posted at 2010. 8. 5. 13:50// Posted in 책을 쓰자
시사인 151호 


내부 고발자 VS 행동하는 양심
이번 호 국정원, 위키리크스는 내부 고발자 혹은 행동하는 양심으로 같이 읽을 수 있는 기사다. 최근 채수창 강북 경찰서장 항명도 같은 범주이고.

난 여기에서 이러한 내부 고발자(다른 긍정적 의미의 단어가 잘 생각이 안 난다.)들의 실제 삶이 궁금하다. 위키리크스 기사의 대니얼 앨스버그는 사진에서 보니 신세가 훤한 것 같다. 79세에 박사까지 사회적으로 존경도 받는 인물인 것 같고. 그에 비해서 우리 나라는 어떨까? 대표적으로 <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변호사님은 잘 살고 있을까? 딴지일보 인터뷰(http://bit.ly/9mmPFG)를 보니 그렇게 웃기고 약간은 엉뚱해서 딴지일보스러운 분이 없던데 언론에 알려지기는 이혼남에 정신 이상자로 알려져서 세상의 질타를 받고 있다. 반대로 박종철 고문 사건의 안상수 대표는 잘 사는 것 같고.

우리도 위키리크스 처럼 이런 사이트를 만들 수 없을까? 어디 기부를 받아서 아예 재단 설립을 하면 어떨까? 이 분들 모두 ‘밥은 먹고 다닐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도록. 물론 태생적 연관이 깊은 ‘시사인’이 앞장서면 좋고. ㅎㅎ

음.. 그리고 어떤 말이 좋을까? 부정적인 어감이 드는 내부 고발자, 폭로 이 외 뭔가 다른 단어가 있으면 좋겠는데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우리가 필요한 건 관심 혹은 애정, 실천?
‘최저 생계비 체험’ 이 기사를 쓴 기자의 어려움, 한숨이 아주 잘 느껴진 기사였다. 그만큼 숫자 하나하나가 살아서 내 가슴에 박히고 있다. 8만 7000원 짜리 반지하 방의 곰팡이들, 5000원 짜리 백반 한 번 먹는 것, 달걀 60개. 기사를 쓰고 있는 모니터 너머의 기자의 안타까움이 보이는 듯 했다. 그리고 공감이 많이 갔다. 대학 시절 1000원 짜리 학생 식당 밥도 궁했던 시절에 연애란 사치요 친구들과 돈이 없어서 만나지 못했던 ‘관계 단절’의 힘들었던 기억이 선명히 다가왔다. 잃어버렸던 ‘평등을 향한 연대’가 다시 한 번 떠오른다.

권용선 님의 에세이와 비교되면서 새삼 기자님의 진심에 감사를 표현하고 싶다.

머리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고,
마음 좋은 것이 손 좋은 것만 못하고,
손 좋은 것이 발 좋은 것만 못한 법입니다.

관심 보다는 애정이, 
애정 보다는 실천이,
실천 보다는 입장이 더욱 중요 합니다.
입장의 동일함 그것은 관계의 최고 형태 입니다.

다시 한 번 떠오르는 신용복 님의 글이다.

‘평범한 중년의 활동가들’
활동가 한 명 한 명 그 한 명 한 명 사람에 주목한 이번 ‘4대강 바벨탑’ 기사 좋았다. 그 순하디 순한 평균 나이 43세의 다섯 명의 중년들, 고소공포증이 있어 답답하게도 30분 넘게 크레인을 올라가야 하는 분들의 진실함이 잘 느껴졌다. 트위터 전문을 기사에 인용해서 그 분들의 실제 목소리를 듣는 것도 신선했다. 다시 한 번 느끼지만 실제 발언권을 누가 가지는 냐에 따라서 전달되는 정보의 진실은 많은 부분 달라진다는 것을 느꼈다. 그들과 같은 평범한 회사원으로 그들의 마지막 멘트인 ‘살아 있습니다. 인간답게 살고 싶습니다.’의 울림은 크게 다가왔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기사에서 그분들의 약력 소개 수준에 그쳤는데 한 분 정도는 따로 박스 기사로 떼어내서 자세하게 소개를 해 주셨으면 어땠을까? 단순 나열식이라 감동을 주기에는 미흡했다.

<하우스 푸어>
이번 호 <하우스 푸어> 책 소개 기사는 아쉽다. 물론 시사인 기자가 아닌 외부 필진의 기사 이지만. ‘하우스 푸어’가 앞으로 ‘블루 오션’, ‘88만원 세대’처럼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개념어가 될 것이다, ‘자가 거주율’ ‘공급 부족’의 오류를 지적하는 것에 내용이 그치고 있다. 필자이신 '시골 의사'님은 다소 현학적인 설명에 그쳐서 정작 이 책의 핵심인 일반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겪는 고통, 그리고 그 고통 너머의 사람들의 대박 혹은 자본에 대한 헛된 욕망을 밝히는 것을 놓치고 있다.

많은 일간지와 중복되기는 하지만 실제 주택 대출 비용으로 어려운 일반 월급쟁이들의 어려움을 다시 한 번 소개하는 게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일본, 미국에서는 오히려 경제 불황 시기를 사람들의 가치관이 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여기는 사람들도 많았다. 실제 자본, 물질의 가치를 넘어서서 자연과 소박한 일상에서 그동안 잃고 살았던 삶의 대안적 가치를 발견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었다. 우리 나라에도 집에 대한 환상이 깨지면서 점차 이러한 가치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데 이러한 사람들의 실제 이야기에 주목해야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기타
. 편집국장님의 중국 관련 외교 관계 관련 내용이 2주 연속 나오고 있다. 굉장히 궁금하다. 자세한 후속 기사를 중국 특집으로 밝혀 주었으면 한다. 정녕 우리 나라는 1세기 전처럼 다시 한 번 강대국의 꼭두각시가 되고 있는 건가?

. 유장관의 ‘김정일 밑에 가서 살아야지’는 말은 정말 평균적인 우리 나라 기득권 세력의 인식을 대표하는 표현이라 생각한다. 이 분들의 머릿속을 자세히 해부하는 만화 혹은 에세이를 기대한다.

. 이정희 인터뷰는 기자가 던진 질문의 집요한 편향성이 오히려 좋았다. 어차피 주간지에서 바라는 게 일간지의 단순한 정보 전달, 객관성이 아닌 관점이 선명한 의견이기에.

. 사람 in 의 ‘강남 좌파’ 개념이 궁금하다. 과연 ‘강남 좌파’는 무엇을 의미할까? 그리고 그들의 한계 혹은 기여하는 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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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위원으로 있는 시사인 149호 리뷰.
별거 다 하고 산다고 여자 친구에게 엄청 욕먹고 있다.
아~~~ 일을 요리 하면 벌써 잘 되었을 건데. 최소한 밥벌이는 제대로 할 건데.


* 사회 in : 인천대교 마티즈 사고
여지껏 읽은 기사 중에서 최고로 쉬운 기사였다. 건강 보험 하나로 기사 등이 좋아지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시사인의 과학 in, 경제 in 의 기사는 친절한 편이 아니다. 조금만 어려운 내용 혹은 단어가 나오면 이게 뭐지라고 갸우뚱 하게 된다. 

그에 비해서 이번 마티즈 기사는 쉽게 설명 했다. 더 좋은 건 기사의 메세지도 분명했다. 먼저 3장의 사진으로 의문점이 풀렸다. 특히 인천대교 참사 당일 마티즈 행적 설명은 시간별 사건의 순서가 약도와 함께 표시되어 그 날 상황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실제 CVT 경고등을 보여주어 어려운 CVT 용어가 쉽게 와 닿았다.

또한 기사의 메세지도 분명했다. 그동안 마티즈 CVT 관련 사건이 여러 번 발생했음에도 제대로 된 제조사 조치와 홍보가 되지 않았다는 이 사건의 문제점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기사 표현대로 이 사건 운전자가 사전에 마티즈 문제를 알고만 있었어도 이런 참사는 없었을 것인데 읽는 내가 정말 안타까웠다.

앞으로 어려운 기사가 이 기사처럼 많이 많이 쉽게 표현되었으면 한다. 

* 섬세하지 않는 편집
시사인은 표지의 ”남색 띠” 만큼이나 세련되지 못한 잡지라는 인상을 많이 준다. 철저하게 기자의 기사, 글자로만 승부하려는 고집일까? 상대적으로 섬세한 편집 과정을 거친 디자인이라는 맛이 없다.

이번 호도 마찬가지다. 강원도 막국수에 나온 지도는 이제 네비 때문에 더이상 보지않는 지도책에만 나오는 지도이다. 구글 어스도 이제 나온지 꽤 되었는데 이건 너무 클래식 하다. 홍대 기사의 스트리즈 H 약도와 깔끔함이 너무 대비된다. 지도의 이미지는 선명하지도 않아 맛깔 넘치는 아래 막국수 사진과 어울리지 않는다. 그리고 p.30 서울시 부채 현황이라는 의 표도 어지럽다. 일단 색깔 자체가 남색 타이틀에 빨간색, 초록색 넘쳐난다. SH 공사를 강조하는 것 같은데 글쎄이다. 그리고 23,593,336(단위 백만원) 이건 한참봐야 23조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냥 23.5조라고 하지. SH 공사가 16.3조 이던데 이건 전체 숫자를 쓰지 말고 16.3조(69%) 이러면 좀 더 잘 나타날 수 있을 것 같고.

* 마피아들
편집국장의 편지, 커버스토리-금융, 특집-지방재정, 시사에세이 등까지 한 번에 아우르는 ’야마'는 권력이란 곧 자기 이속만 챙기는 집단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지방 재정을 거덜내는 지방 토건 마피아 들, 자기 사람 이익을 위해 시장의 원리를 무시하는 금융 마피아, 그것도 기득권이라고 거기에 안주하는 야당 마피아 들. 인간이란 이리도 자기 욕망에 충실한 집단이라는 게 새삼 느껴진다.

* 표지 이미지 약하다.
빨대가 너무 작고 조약스럽다. 기사 내용과는 다르게 겨우 조그마한 빨대를 꼽아서 떨어지는 떡고름 받는다는 느낌. 기사 내용에서 보여지는 누군가 뒤에서 전체를 조종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시장의 원칙이 아닌 자기 잇속 챙기기라는 핵심도 들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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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내게 있어 약간은 절대자 같은 존재다. 그래서 나는 모른다. 엄마의 청춘은 무엇일까? 바람불어 좋은 날, 젊은 날의 어머니는 차창 밖을 바라보며 어떤 우수에 잠겼을까?

집이 가난해서 어머니는 고생이 많았다. 하지만 자식들에게 한번도 ‘안된다’ 말을 안 하셨다. 책을 사 달라고 하면 사 주셨고 재수를 한다면 하라 하셨고 서울로 대학을 가야 한다면 하라고 하셨다. 당신은 매일 10시 넘게 오셔도 새벽 4~5시에 일어나 도시락을 7개를 싸도 자식들만은 항상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게 해 주셨다.

내 성격의 8할은 어머니에게서 배웠다. 나 역시 매사 긍정적이다. 하지 못할 일은 없다고 생각하고  나에게는 항상 행운이 뒤따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성실하다. 게으른 건 죄악이라 생각하며 인생을 낭비하는 것 만큼 못난 일도 없다고 생각한다. 한 두 마디 말이 아니라 평생 옆에서 본 어머니의 행동으로부터 자연스레 내 몸에 각인된 기억이다.

엄마의 청춘은 어땠을까? 쌍거풀 수술을 했는데 그 시절에도 보통의 사람들은 엄두를 못내고 조금 꾸미고 노는 사람이 하는게 아니었을까? 처녀 때는 입이 약간 뒤집어진 언청이 흔적이 있어서 좋아하던 동네 총각에게 용기가 없었다고 한다. 어떤 러브 스토리가 있었을까? 엄마도 낙엽만 봐도 까르르 웃던 어린 시절도 있고 남자에게 이쁘게 보이려 한 꽃다운 시절이 있었을텐데.

고생만 하시고 못 배우신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항상 미안하다. 시집, 장가 갈 때 다른 사람처럼 변변한 전세 집이라도 못 해 주신게 항상 미안해 하신다. 이제 늙으신 어머니는 그저 절에가서 늙은 여생을 보내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만 있다. 남들처럼 해외 여행, 크루즈는 바라지도 않으신다.

고생만 하신 우리 어머니의 청춘은 어떤 색깔일까? 못난 4명의 자식은 그저 아파트, 사교육에 억눌려 어머니의 청춘이 궁금하지 않다. 어머니는 그저 절에 가고 싶으시다. 하지만 여전히 자식 놈덜 줄 김치를 만드시고 그걸 무겁게 직접 가지고 온다. 그리고 자식들 집에 와서 손수 걸레질을 하신다.

어느새 65살이 넘으신 어머니는 언제쯤 홀가분 해질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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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백권가약 모임 논제.

Posted at 2010. 7. 1. 01:29// Posted in 책을 쓰자
 29일 화요일에 했던 백권가약 모임 논제.
대강 요런 것 하니라 회사서 일은 안 하고 있다.

 

<노신 평전>은 <아Q정전>, <광인일기>로 잘 알려진 중국문학의 거장 노신(루쉰魯迅, 1881~1936)의 평전입니다. 서구의 가치관과 문물이 유입되며 급격하게 변화해 가던 중국사회를 기반으로, 의사에서 과감히 문학의 길로 전환하여 중국문화 전반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기까지의 일대기를 차분히 담았습니다. 

<살림의 경제학>은 조치원 마을 이장님이기도 하신 저자 강수돌 교수님이 쓰신 경제학 책 입니다. 저자는 기존의 경제경영학이 희소성의 명제로 생존경쟁과 기득권 경쟁을 조장할 뿐 아니라 인간과 자연을 생산요소로 취급한다고 비판하고 이 같은 현실에 대한 대안으로 살림의 경제학을 주장하고 있습니다.‘소박하게 줄이면서 살자’는 기본 정신 아래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이의 근원적 관계를 회복하자고 합니다. 

논제 
#1 
가족을 위해서 외식을 하고 가끔 뮤지컬도 사람들은 즐깁니다. 그리고 견문을 넓히기 위해서 해외 여행을 하기도 합니다. 소위 기본인데요, 이런 것들이 탐욕적인 생활인가요?

<본문 인용>
맥도날드에서 파는 것은 햄버거가 아니라 맥도날드에 대한 경험이라 강조하며 그것이 초국적자본의 치밀한 문화 교육을 통해 범지구화된다고 본다.... 맥도날드 뒤에 숨은 노동착취, 환경파괴, 동물학대, 유전자 조작식품, 영양 불균형 등의 문제를 보지 않고 '자발적으로' 맥도날드화에 포섭되길 원하기도 한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요구하는 인간상은 한편으로 일 잘하고 말 잘 듣는 노동자, 다른 편으로는 많이 사고 많이 쓰는 소비자다. 1910년대 미국 포드사의 노동자들에 시행된 '일당 5달러'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확연하다. 인간적 작업리듬이 아닌 컨베이어의 기계적 리듬에 저항하던 포드사 노동자들은 일당이 많아지자 순종하며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로 변모한 반면, 그 돈을 모아 자동차를 사는 대중 소비자로 변모했다.... 이것이 포드사가 실시한 '일당 5달러' 제의 본질적 측면이다.

#2
우리는 사바 세계에 살고 있는 평범한 생활인입니다. 우리는 '돈벌이 패러다임' 이 외 어떤 대안적인 가치를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본문 인용>
"한국의 민주화운동 세력은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군사독재 정권을 무너뜨리는 저항과 투쟁의 정치에서는 일단 성공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성찰과 전환의 정치에서는 명백히 실패했다.".. 즉 아래로부터의 운동, 소규모 연결망 운동, 분권과 자치의 운동

더 적게 일하고 더 작게 먹고 더 적게 쓰면서 더 많이 존재하고 더 많이 관계하며 더 많이 행복해지는 그런 삶이 가장 보편적 해답이 아닐까?

#3
각자 간단히 기억에 남았던 중국사 장면은 어떠한 것들이 있으신가요?

<본문 인용>
노신이 살았던 시대는 2천5백 년이나 지속된 중국의 봉건왕조 체제가 무너지고 서구의 계몽주의적 가치관과 문물이 유입되며 새로운 사회로의 이행을 놓고 수많은 논의들이 착종하던 시대였다. 이러한 격변기에, 노신은 모든 중국 인민의 개인의 자유와, 그것이 모여 이루는 민족의 자유를 위해 분야와 대상을 가리지 않고 싸웠다. 

#4 
책의 주인공 노신처럼 우리도 자기 삶을 간단히 뒤돌아 보겠습니다. 시기별로 어떤 책이 기억에 남으시는 지요?

이정훈 
- 초등학교 때 누나, 형이 보던 위인전을 많이 읽음. 덕분에 이과인데도 중/고등학생 때 국사/세계사는 공부를 안 해도 항상 성적이 좋았음. 
- 중/고등학교 때 책이라고는 <슬램덩크> 빼곤 별로 기억에 남지 않음. 다만 6.25 때 통역 장교이신 영어 선생님이 말씀하신 대학가서 책 읽고 토론 하는 걸 꼭 해야된다는 말은 명심함.

- 대학교 가서 독서 토론 동아리 시작함. 1학년 때 일종의 약한 수준의 '운동권 학습' 당함. '다현사' '동양철학 에세이' 등의 빤한 고전부터 다수의 사회 과학 관련 책을 읽음. 이 때 처음 내 돈 내고 책읽기 시작하고 독서가 취미가 되었음. 소설은 별로 읽지 않았음.
- 군대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10번 이상 읽음. 일본 공포 소설 '링' 재밌게 봄. 제대 후에도 강준만, 홍세화, 진중권, 박노자 등의 책을 주로 봄
 
. 직장인이 되고 동아리 후배애들과 꾸준히 독서 토론을 함. 2009년 RWS을 계기로 독서를 단순히 취미가 아닌 공부로 여기기 시작. 소설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었고 서평을 쓰기 시작함.
. 40살이 되면 1층 북카페, 2층 청소년 독서 모임 겸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고 싶음. 청소년 대상 독서 모임 야학을 사전 시험 단계로 준비할 예정. 과연 독서 토론으로 먹고 살 수 있을지 시험하고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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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주 시사인 독자 위원 리뷰. 아 내일까지 이번 주도 써야 되는데.
아아아아앙아

#정말 식량 위기가 올까?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 기본적으로 농지에 대한 중요성을 잘 모른다. 한미 FTA의 경우도 우리 나라 농업을 희생해서 외제차를 싸게 사는게 가능하다면 어쩔 수 없지 않냐 정도의 생각만 가지고 있다. 이런 나에게 이번 호의 식량 위기에 관한 기사는 조금 뜬금 없었다. 느닷없이 우리도 북한처럼 식량위기를 겪을 수 있다니?

다이어트를 지상 과제로 여기며 살아온 우리에게 "굶어 죽을 수 있다"라는 말은 아무래도 섣듯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이게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면 되지"의 앙뚜와네뜨처럼 당장 눈앞에 닥친 심각한 문제를 모르는 무지의 소산인지 아님 지난 겨울 신종 독감 경고같은 단순히 위기를 조장하는 문제 제기인지 구분이 잘 안된다. 

이 문제가 시급을 요하는 중요한 문제라면 이성이 아니라 감성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좀 더 생생한 사례를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 지구 온난화 문제도 아무리 학자가 숫자를 들이대면서 설명해도 잘 안 와닿는것과 동일하다. 실제 해외 식량 위기 사례, 시골 마을 이장을 겸하고 계시는 <살림의 경제학> 강수돌 교수님 등의 사례 등이 도시 사람들에게 좀 더 피부에 와 닿을 것 같다. 

이번 호는 앞 부분의 농지 면적 기사는 빨간 펜으로 강조해서 이해가 잘 되었는데 갑자기 우리도 북한처럼 "식량 위기"를 겪는다고 하니 거부감이 많이 들었다
.
(오늘 시사인 라이브 마빡 기사인데, 좀 황당하다. 또 하나의 헤드라인 제목으로 장난치는 것 같고.)

# 야권 연대, 이슈를 주도하는 시사인을 기대한다.
지방 선거 이 후 야권의 정계 개편 논의가 활발하다. 이 때 빠지지 않는게 야권 연대다. 이번 선거로 그 위력을 실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호 진보 신당 심상정 전 대표, 이번 민주노동당 이정희 위원 인터뷰 모두에서 역시 같은 문제 인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문제를 시사인에서 주도적으로 다루면 어떨까? 핵심은 어떤 대안을 말하느냐이다. 이번 선거로 MB 반대는 성공했는데 역시그 이 후의 대안에 대해서는 불투명하다. 개인적으로 늘 들어왔던 6/10 노동자 투쟁이 반쪽 이라는 애기와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인다. "무상 급식"과 같은 분명하고 구체적인 대안 을 중심으로 새로운 세력을 만드는 모습을 보고 싶다.

심 대표가 말한 민주당/국참당 일부, 민주노동당, 진보 신당 세력을 대표할 수 있는 선수들인 천정배, 유시민, 이정희, 노회찬/심상정 의원을 불러놓고 끝장 토론을 하면 어떨가? 그리고 정치 당사자 이 외 대학 교수들도 불러서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이고. 단순히 이해 관계를 가진 세력들이 뭉친다는 느낌이 아니라 분명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가지고 정치 세력을 만들어간다는 이미지를 기대한다.

# 반가운 딴지 일보 문체
이번 호 커버스토리에서 고재열 기자와 주진우 기자는 기사를 발랄한 문체로 작성했다. 축구에 비교해서 지금 방송사를 오프사이드 반칙으로 빗대고 기자분 스스로 축구를 미친듯이 좋아하신다고 밝히기도 하고. 비록 시사 주간지이지만 이런 발랄함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주위에는 나처럼 이런 딴지 일보 기사에 익숙한 분들이 많다. 그 사람들은 구어체가 주는 솔직함을 좋아한다. 그리고 세상사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기에 유머가 없는 일들은 아예 받아들이지를 않으려 한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중량감이 있는 커버스토리라도 이런 발랄함은 마음에 든다.

그러나 비슷한 문체로 작성하는 "와글와글 인터넷"은 부족하다. 단순히 한 주간 인터넷에서 떠돌았던 이슈가 된 사건을 하나의 단어에 맞추어서 기계적으로 나열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필자 고유의 기발함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럴 것이면 아예 외부 기고가 나을 것 같다. <위풍당당 개청춘>의 저자 등 이미 강호에는 섹쉬한 딴지 일보 문체를 화려하게 구사하는 젊은이들이 차고도 넘친다.

#기타
. 이번 IT 인사이트 처럼 IT를 단순히 기술로 보지 않고 우리 삶을 바꾸는 요인으로 바라보는 시선 괜찮았다. 기존 논쟁이 되고있는 애플빠, 삼성까의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도 있고.

. 한겨레 한홍구/서해성 직설에서 "놈현", "관장사" 논란으로 아주 시끄러웠다. 노무현 하면 신성 불가침으로 무조건 찬양하고 보는 이런 식의 감정적 시선 정말 불편하다. 이럴거면 MB와 다른게 무언지. 연장선에서 노무현의 공만 계승하고 과에 대해서 문제제기하는 정치인이 없다는 부문에도 동감한다. 이 부문을 친노 정치인들에게 많이 물어봐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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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값이 5천원이다. 이 책 우리 모두 읽어야 한다. 세계 10위 경제 대국, 우리는 얼마든지 복지 사회가 가능하다. 도대체 왜 안 하는가? 읽는 내내 한 숨이 난다. 세상 밖 사람들에게 쫌 물어보고 싶다. 

노회찬의 약속
<노회찬의 약속/노회찬,진보신당 공저/레디앙>

저출산율은 심각한 문제이다. 우리 나라 경제 성장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 될 정도로. 하지만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하여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능력이 없어서가 결코 아니다. 4대강에 필요한 40조 예산이면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 우리는 지금 당장 '복지 혁명'으로 저출산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민들레라는 브랜드 명 마음에 든다. 멀리까지 날아가고 생명력 끈질기고.
민초를 상징하는 민들레 프로젝트 추진
 . 주택, 교육, 의료, 문화 등 각 분아에서 민들레 프로젝트의 추진

Question
우리 나라 사교육 시장의 연간 매출액은?
아이 1명을 사립 대학교까지 보내는데 필요한 비용은?
연세대 인문 계열 신입생 중에서 외고 출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사립대학교 의대 등록금은?

서울 시민 중 1년동안 1권도 읽지 않는 사람의 비율은?
한 가구당 부담해야하는 평균 주택 대출 이자는?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추진 비용은?
OECD 평균 노동자보다 한국 노동자가 더 일하는 시간은?

중구청 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충무 아트홀의 입장료는?
독일에서 베를린 필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는데 필요한 비용은?
서울 시민이 미술관에 간 횟수는?

Q & A
우리 나라 사교육 시장의 연간 매출액은? 20조, 월급의 평균 10%을 투자하고 있다.
아이 1명을 사립 대학교까지 보내는데 필요한 비용은? 1억 1천 47만원. 
연세대 인문 계열 신입생 중에서 외고 출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48.9%. 특권층만 연,고대 가는 더러운 세상
사립대학교 의대 등록금은? 1004만원

서울 시민 중 1년동안 1권도 읽지 않는 사람의 비율은? 45%
한 가구당 부담해야하는 평균 주택 대출 이자는? 73만원, 신종 사글세, 평균 대출 비용은 1억 9천만원에 이르러.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추진 비용은? 5,600억. 이 돈이면 못해낼 일이 없다. 시발놈 오세훈. 
OECD 평균 노동자보다 한국 노동자가 더 일하는 시간은? 68.5 일. 입이 쩌억 벌어진다. 

중구청 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충무 아트홀의 입장료는? 가장 비싼 좌석이 31만원, R석 26만원, S석 21만원. 썩을 놈들
독일에서 베를린 필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는데 필요한 비용은? 8유로. 한국에선 얼마일까. 귀족 오페라 사업.
서울 시민이 미술관에 간 횟수는? 0.23회. 책도 안 읽고 미술관도 안 가고. 오로지 일만 하고 드라마만 보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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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권가약] 4번째 모임 후기

Posted at 2010. 5. 1. 12:46// Posted in 책을 쓰자


 4번째 백권가약 모임. 이번에도 4월의 마지막 주 화요일에 종로 토즈에서 모였습니다. 이번 달 주제 도서는 '달려라 아비', '철학과 굴뚝 청소부' 였습니다. 남자 4분, 여자 4분 총 8분. 항상 여성 분들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성비가 균형을 이루었습니다. 


 처음 참가하신 대학 2학년 이경선 님, 5층 정도야 가볍게 걸어다니시는 정현숙 님, 점점 많은 이야기를 하시는 허수인 님, 항상 에너지가 넘치는 정형자 님, 언제나 성실하신 안학이 님, 같이 책 읽을 여자가 필요하신 장종성 님, 의외로 웃기신 최치훈 님 그리고 저까지 8명이 모였습니다.

 "아픔을 농담처럼 말하는 것 역시 극복하려는 의지가 개입된 거겠죠. 제가 작품에서 말하게 된 상처는 대결이나 화해의 정향성으로부터 자유로운, 어쩌면 처음부터 농담처럼 주어진 상처일 겁니다"

 '달려라, 아비' 김애란 작가의 말입니다. 작가는 이렇게 자신의 아픔을 농담으로 풀어냅니다. 자연스레 '아버지'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술만 먹는 아버지를 저는 존경하지 않습니다. 자연히 김애란 소설의 아버지는 공감 백배죠. 평생 딱 한 번 콘돔을 사기 위해 달린 아버지, 혼자 사는 딸의 반 지하 방에서 TV 보는 것 이 외 다른 걸 하지 않는 아버지. 낯설지 않습니다. 그런 아버지를 '유머'로 풀어내는 작가가 저는 부럽습니다. 저에게 아버지는 그저 무관심의 영역이죠. 

 그런데 이 소설이 화목한 가정을 가지신 분들에게는 불편하다고 하십니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은 상상할 수 없으며 그런 슬픈 이야기를 슬프다고 하지 않고 단순한 장면 묘사로 훓고 가는게 못 마땅하다고 하십니다. 역시 <라쇼몽>. 역시 각자의 관점에 따라 다양한 감상을 말씀하십니다. 이게 바로 독서 토론의 가장 큰 재미입니다. 

[달려라 아비] P.102
그녀는 아버지가 화장실에서 돌아오자마자 유선을 끊은 거에 대해 죽도록 후회했다. 리모컨을 만지는 아버지의 당혹스러운 표정은 고사하고, 갑자기 아버지와 '말'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 어색함. 그 침묵. 저 알 수 없는 표정. 그녀는 아버지의 표정이 새벽에 중계되는 게임 방송처럼 느껴졌다. 벌레처럼 생긴 작은 기계들이 쉴새없이 기어다니며 원석을 실어나르고, 무언가 끊임없이 행해지고 있으나 알 수 없는 해설과 열광이 외계어처럼 다가오던 그 낯섦. 진지한 게이머의 얼굴을 보며, 저 사람과 자신은 절대 같은 시간 속에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느끼던 그 이상하면서도 생경했던 새벽.



 
 두번째 책은 어려운 철학 책 입니다. 운영자는 책을 글자로만 읽어서 의미는 모릅니다. 그리고 허수인 님은 읽으면서 정리까지 하셨지만 100 페이지 넘기기 어려웠습니다. 안 읽으신 분들도 태반이었구요. 하지만 그리 문제될 건 없습니다. 우리는 책 안 읽어도 되는 독서 토론 모임을 지향하니까요.

 “철학자의 아우라에 눌려 내가 들어가지 못할 깊이가 있을 거라 착각하지 마세요. 여러분의 삶을 설명하지 못한다? 그럼 그 철학은 버리면 그만입니다.”

 철학자 강신주 님의 말입니다. 우리도 우리 삶 속에서 철학을 이야기 했습니다. 철학이란게 세상을 바라보는 틀이고 우리는 그 틀에 갇혀 산다는데 다들 동감 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우리에게 자본이라는 타자는 항상 우리에게 무한한 욕망을 강요합니다. 옷이라는 건 단정하게 보여야 한다라는 것을 넘어서서 있어 보여야 되는 것 입니다.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을 위해서라면 모든게 용서가 됩니다. 돈을 위해서 투자자에게 거짓 정보를 제공해도 그건 투자자의 책임이지 정보 제공자의 책임은 아닙니다. 어쩔 수 없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하여 우리는 끊임없이 욕망을 추구하면서 살아야 한다 라는 환상에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참석자들 모두 철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아쉬워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만큼 다음에 철학 책 다시 읽어봐야지 라는 동기 부여를 했으니 훌륭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모임도 똑같이 5월 마지막 주 화요일에 모일 예정입니다. 이번처럼 많은 참석 꾸벅 부탁 드립니다. 

추 신

 . 이번에는 모임 후기를 참가자 분들에게 트위터 형식의 140자 단문 형식으로 요청 했습니다. 2분이 보내 주셨는데 그 후기를 소개해 드립니다.
 
 안학이 님
 우리는 책을 통해서 만났습니다. 갖자 생각이 다르고 가치가 다르고 지향하는 바가 다릅니다. 하지만 상호인정의 틀에서 활발한 토론이 벌어집니다. 그 속에서 자신의 고유한 빛깔을 발하며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줍니다.  그 영향력으로 말미암아 매혹적인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오롯한 나로 참여할 수 있는 곳. 바로 백권가약모임입니다.    

 이경선 님
 저는 이번 백권가약 모임에 참석한 대학생입니다. 이번에 처음 참석하게 되어서 조금은 긴장되고 마음으로 약속 장소로 나갔습니다. 그렇지만 내내 책에 대해 흥미롭게 토론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달려라 아비에 대해 토론 할 때에는 무엇보다 많은 분들의 다양한 생각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토론을 하면서, 제가 책을 읽으며 느꼈었던 생각이 이 책 속의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개개인의 삶의 과정과 생각에 따라 감상이 이렇게나 달라 질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반면 '철학과 굴뚝청소부'는 조금 까다로운 책이었습니다. 워낙 접하기 어려운 철학이라는 분야였고, 내용이 어렵다보니 다가가기 힘든 책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책의 내용을 현실의 문제와 연관시켜 토론하면서, 철학이 멀게만 있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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