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 대한 열정

Posted at 2011. 1. 18. 08:54// Posted in 책을 쓰자

#fb 야구에 대한 나의 에피소드를 적어 보려 한다. 이유는 <마흔, 마운드에 서다/정범준 작> 라는 책에 감동하였기 때문이다. 나도 작가 아저씨처럼 야구에 대한 책을 한 권 써보고 싶은 목표가 생겼다. 물론 언제 유통기한이 만료될 지 모르는 또 하나의 설레발 일지 모르지만. 

<사회인 야구 필독서>



나는 야구를 하다 팔이 부러졌다. 공에 맞거나 방망이에 맞아서가 아니라 어처구니 없게도 공을 던지다 팔이 부러졌다. 정말로 공만 던졌는데 뼈가 정확히 3등분 되었다. 웃지 마시라. 농담 아니다.

그때는 내가 사회인 야구 시작한 초창기로 기억하니까, 아마 2006년 여름 일 것 이다.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 날은 경기 시간이 토요일 새벽 6시 30분으로 잡혔다. 새벽 시간으로 잡은 사연이 조금 웃긴데 상대 팀이 ‘유흥업소’ 관계자였기 때문이다. 그 분들이 밤을 새고 근무하고 오셔야 했기에 부득이 경기 시간을 새벽으로 잡아야 했던 것이다. (가끔 ‘언니’들도 응원 오셔서 흐뭇했다.^^)  

이른 시간이라 허겁지겁 노원구에 있는 산업대학교 운동장에 도착한 우리들은 스트레칭 없이 바로 게임에 들어갔다. 보통의 경우 아무리 늦어도 목소리가 큰 팀 동료 김병우 선수의 구령에 맞추어서 반드시 체조를 했는데 그 날 따라 조금 이상했다. 그리고 신입 회원 한 분도 게임에 선발로 출전했다. 보통 신입 회원은 주로 대타로만 출전하는데 그 날 따라 선수가 부족했던 것이다. 다행히 우익수이기에 공이 안 날라가겠지 했다. 사회인 야구 하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사회인 야구에서 우익수 쪽으로는 좀처럼 공이 날라가지 않는다. 그래서 ‘잉여’ 분들이 주로 우익수 수비를 맡는다.

사단은 1회 초 시작 하자마자 났다. 대부분의 사회인 야구가 그렇듯이 선두타자는 스트레이트 포볼에 도루, 무사 2루가 되었다. 이어서 나온 2번 타자가 우익수 쪽으로 힘없이 높이 뜨는 플라이 볼을 때렸다. 하지만 방금 말한 오늘이 데뷔전인 신입 이진영 과장님이 우왕좌왕 하시다가 볼을 놓쳤다. 생각보다 야구에서 뜬 공을 잡는 건 쉽지 않다. TV에서 보면 선수들이 쉽게 플라이 볼을 처리하기에 일반인들이 만만하게 보는데 내 장담하건데 처음 야구 하시는 일반인들이라면 백이면 백 다 놓친다.

2루수였던 내가 재빨리 달려가서 공을 잡았다. 공을 잡으려는 순간 이제 막 2루 주자가 3루 베이스를 돌고 있는 것이 보였다. 평범한 공이라 잡힐 것으로 생각한 2루 주자가 스타트를 늦게 하였다. 순간 익숙한 프로야구 화면이 뇌리를 스쳤다.

상황은 1:1 동점, 9회 말 2사 2루의 긴장되는 순간. 일단 정확히 맞추어야 된다는 생각으로 짧게 밀어친 타자의 공은 우익수 앞으로 빠르게 굴러간다. 경기를 끝내고자 2루 주자는 미친 듯이 3루를 밟고 홈으로 질주한다. 전진 수비 하고 있던 우익수는 날렵하게 공을 낚아채서 번개같이 홈으로 공을 던진다. 2루 주자와 포수가 홈베이스에서 격렬하게 뒤엉킨다. 박빙의 순간이다. 둘 다 애절한 눈빛으로 심판을 바라보고 있다.

그랬다. 숱하게 보아왔던 장면이 번개같이 스쳐갔다. 이제 막 주자가 3루를 돌고 있으니 내가 잘만 던지면 홈에서 아웃시킬 수 있다. TV에서 보기만 한 플레이를 내가 직접 하는 것이다. 물론 나는 프로가 아니다. 하지만 그건 주자도 마찬가지다. 공을 움켜쥐고 한발 두발 도움 닫기를 해서 힘차게 홈으로 공을 뿌린다. 내 몸의 모든 에너지를 공에 모았다.

<마음만은 추신수>


그런데 던지고 나자 무언가 이상했다. 공을 던지고 난 팔이 제 위치가 아닌 것이다. 공을 던져보면 알겠지만 공을 던지고 나면 팔이 45’ 각도로 자연스럽게 하반신 방향으로 내려가야 한다. 그런데 팔이 덜렁덜렁 매달리고 있는 느낌이었다. 뼈가 부러진 것이다. 나중에 병원에서 X-ray를 찍고 나서야 알게 되었지만 오른팔 상박 부분(팔꿈치에서 어깨까지)의 뼈가 정확히 3등분 나 버렸다. 의사는 이 부분의 뼈가 사람 신체 중 허벅지와 함께 가장 두꺼운 뼈인데 어떻게 공을 던졌는데 부러지냐고 의아해했다.

극심한 통증이 몰려왔다. 옛말에 ‘뼈를 깍는 고통’ 이라는 말이 있다. 고통 중에서 가장 아픈 고통을 일컫는 말인데 왜 그 말이 생겼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정말 무지막지 하게 아팠다.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처음에 다들 어깨 탈구 정도로 생각했다. 당연히 공을 던지고 나서 아파하니 그럴 수 밖에. 그래서 내 팔을 이리저리 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다행히 상대 팀의 어느 한 분이 약간 아는 것이 있어 탈구 라면 어깨 부분이 부어 오르는데 이상하다고 하면서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 이런 걸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될까. 뼈가 부려졌는데 누군가가 뼈를 맞춘다고 이러저리 내 팔을 만졌다면?

급히 차를 타고 산업대 근처 가까운 ‘원자력 병원’으로 갔다. 가는 도중 고통이 장난이 아니었다. 차가 덜컥 거리니 당연히 그 진동이 고스란히 나의 부러진 뼈로 전해졌다.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 마다 어찌나 괴롭던지. 뒤에 나오겠지만 그런데 그 고통을 노원구에서 분당까지 한 번 더 겪었다.

응급실에 도착했다. 나는 아파 죽겠는데 태평한 토요일 응급십 당직 근무자(의사는 물론 인턴도 아니다.) 는 X-ray 부터 찍자고 한다. 한 참 후에 인턴 쯤 되어 보이는 사람이 오더니 뼈가 부러졌다고 한다. 사진을 보여주며 “여기 보이시죠? 3등분 났네요.” 라며 나도 알만한 이야기를 했다. 젠장, 저러고 의사인지. 그런데 웃기는 건 여기가 암 전문 병원 이라는 거다. 원자력 연구소 산하 기관으로 출발해서 산업 재해와 관련된 방사선 연구를 주로 한다고 하였다. 이 아무것도 모르는 청둥벌거숭이 같은 인턴이 대뜸 나에게 ‘골수암’ 운운한다. 사람의 팔 상박 부문의 뼈가 얼마나 두꺼운데 공을 던져서 쉽게 부러질리가 없다는 극히 상식적인 설명을 하면서 X-ray 사진을 보니 내 뼈 밀도가 약해 보인다며 정밀 진단을 하자고 한다. 참으로 황당했다.

나는 그냥 공을 던졌을 뿐이다. 그러다 사고가 났고 그저 어깨 탈구 려니 했는데 아닌 밤중의 홍두께도 유분수지 ‘암’ 이라고 한다. 뼈가 부러진 것도 믿기지가 않는데 ‘암’ 이라니. 일단 병원에서 일하는 큰누나에게 전화했다. 누나는 자기가 일하고 있는 분당의 재생 병원으로 오라고 한다. 아무래도 병원은 아는 사람 있는 곳이 낫다 싶어 분당으로 다시 부러진 팔을 잡고 이동했다. 출반 전에 응급 처지로 뼈를 맞추었다. 두 명이 내 팔을 잡고 으그적 했다. 정말 당한 사람만이 그 고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분당에서도 노원에서 했던 것과 똑같이 사진을 찍고 기다린다. 팔이 점점 부어올라서 이제는 손까지 퉁퉁 부어 올랐다. 큰누나가 오고 팀원 중의 이 과장님도 도착했다. 이 과장님이 공만 제대로 잡았어도 이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으니 많이 미안해 하시겠지. 그런데 의사는 없다. 토요일이라 당직 의사만 있는데 그 당직은 수술하기 곤란하다고 한다. 이런 황당한 경우라니. 누구는 뼈가 부러졌는데 의사가 없어 수술을 못한다? 누나가 말을 하더니 그냥 병원 말을 듣자고 한다. 전공이 아닌 사람 그것도 당직 의사면 통상 레지던트가 많은데 그 친구가 하면 제대로 수술을 못한다는 것이다. 그냥 월요일까지 참는 게 낫다고 한다. 모르는 환자 처지 인지라 고분고분 말을 듣는 수 밖에. 뼈가 부러진 채로 고스란히 토요일, 일요일을 지내야 될 판이다.

그래도 다행히 X-ray 사진으로 보면 암은 아니라고 해서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원자력’ 병원에서 오버(?) 한 것이다. 그렇게 응급실에서 부러진 뼈를 움켜쥐고 주말을 보내고 다음 월요일 수술을 받았다. 내 생애 처음으로 전신 마취를 했다. 마취 전, 후의 몽롱한 느낌은 지금도 생생하다. 눈앞에서 갑자기 희미해진 수술용 전등, 덩그라니 휑하고 추운 마취 회복실. 간호사가 한마디 한다. “안 깨어날 수도 있어요.” 젠장.

그렇게 철심을 박고 또 그걸 제거하는 수술을 또 했다. 2번이나 전신 마취를 했다. 전신 마취 후 어린 시절 똑똑하다는 소리를 제법 들었던 나는 총기가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나는 그 해 겨울 그라운드로 다시 복귀했다. 모든 사회인 야구 팀이 그렇듯 우리 팀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자체 청백전을 겨울에 가졌다. 그 시즌 마지막 게임에 부상으로 ‘시즌 아웃’을 판정 받았던 내가 출전 한 것이다. 팀원들이 무척 반가워 했다. 그랬다. 팔이 부러져도 나는 야구를 계속 하고 싶어했다.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른다. 팔이 부러졌다면 영원히 야구를 그만두어도 이상할 리 없건만 굳이 나는 그 시즌에 바로 복귀를 하고 싶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아래의 말과 조금은 유사하지 않을까? 2011년, 그렇게 나의 야구는 계속되고 있다.

야구에 대한 나의 열정은 스피드건에 찍히지 않는다

-톰글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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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단장 놀이

Posted at 2010. 12. 22. 06:55// Posted in 카테고리 없음

야구를 즐기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경기장에 가서 흥겹게 노래하거나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를 신나게 응원하거나.  그 중 하나로 자기가 좋아하는 팀의 단장이 되어 자신의 팀을 최고로 만드는 상상을 하는 것도 큰 즐거움 중 하나다. 이미 ‘프로야구 매니저’라는 게임이 있고 축구의 경우에는 유럽에서 이혼 사유가 될만큼 사회적 이슈가 되는 ‘풋볼 매니저’도 있다. 최훈의 카툰 GM도 빠트릴 수 없고.

<최근 한글판이 정식 발매되었다>


최근 넥센발 트레이드로 한동안 잠잠했던 내 안의 야구에 대한 중독이 다시 타올랐다. 고원준을 받고 이정훈, 박정준을 내 주었다. 과연 롯데 단장은 어떤 생각으로 이 트레이드를 진행했을까?  

먼저 야구단을 경영의 입장에서 간단히 분석해보자. R&D, 영업, 내부 스태프 등과 마찬가지로  야구단 조직 역시 크게 본다면 투수력, 공격력, 수비력으로 나눌 수 있다. 투수는 다시 선발, 셋업, 클로져 공격은 장타력, 기동력, 출루율 수비는 내야, 외야, 포수로 나눌 수 있고.

내가 원하는 방향은 균형이다. 강한 팀이란 결국 팀 밸런스가 잘 갖추어진 팀이라 생각한다. (이건 다른 조직도 마찬가지) 그것도 장타력을 놓고 본다면 단순히 롯데처럼 이대호, 홍성흔, 강민호, 전준우로 이어지는 우타자 일색의 장타력이 아니라 좌우 균형을 갖춘 장타력을 더 낫다고 본다.

이렇게 놓고 보면 롯데의 약점은 셋업과 클로져이다.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다. A,B,C로 평점을 매긴다면 셋업 B-, 클로져 C 정도다. 그 중 이정훈은 롯데의 약점인 셋업맨 중 한 명. 아무래도 이번 건은 지난 시즌 연봉 조정 신청으로 인한 괘씸죄에 해당되는 것 같다. 그리고 전준우, 가르시아라는 주전 2명이 빠진 외야 자리의 백업 요원 박정준. 외야는 공,수를 겸비한 중견수 이 외에 김주찬, 손아섭이라는 확실한 카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정보명, 이인구, 김문호, 황성용 등 비교적 백업도 풍부하고.

이 상황에서 롯데는 고원준이라는 선발을 한 명 더 받아왔다. 그것도 코리 라는 38세 선발 용병을 뽑은지 하루 만에. 기존 장원준, 송승준, 사도스키라는 준수한 선발에 이재곤, 김수완이라는 영건 + 코리, 고원준이라는 새로운 자원까지. 7명이나 된다. 게다가 손민한, 이명우, 진명호까지. 류현진 류의 1선발이 없다 뿐이지 양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다.

<이제 막 20살. 그런데 근성있는 친구란 칭찬도 많다.>


롯데 단장은 무슨 생각이었을까? 물론 양승호 감독의 인터뷰에서 “젊은 선발이 필요하다.” 라는 현장의 요구 사항에 대한 아주 만족스러운 결과물이다. 용병이랑 노땅들이 버텨주는 동안 영건이 무럭무럭 자란다는 생각 훌륭하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점은 남는다. 당장 내년 시즌 7명이나 되는 선발을 어떻게 활용하지?

그래서 나는 추가 트레이드가 있을 것 같다에 한 표 던지게 된다. 아니 내가 단장이라면 이렇게 하겠다가 더욱 정확하겠지만. 요즈음 트위터에 기자들 중심으로 이런 말들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가정 하에서 강속구라는 확실한 스터프를 가진 중간 요원을 롯데는 데려와야 한다. 기아 곽정철, 삼성 안지만, 정현욱 정도가 가장 탐난다. 권혁, 권오준도 정말 훌륭하지만 중간 요원 특성 상 부상의 위험이 있는 넘들은 빼는게 좋다.  

그러면 송승준을 주는게 어떨까? 롯데 기업 특성 상 사생활 문제 있는 넘들 안 좋아하기도 하고. 물론 1:1로 하면 말도 안되는 손해니 곽정철 + @, 안지만 + @ 를 받아야 겠지만. 원래 트레이드라는게 조금은 손해를 보고 배팅 한다는 심정으로 해야 하니 과감하게 지르는 게 필요하다.   

<빵집은 잘 되고 있으려나?>


롯데 입장에서도 장원준, 사도스키라는 확실한 카드에 고원준, 코리, 이재곤, 김수완이면 해 볼만 할 것 같다. 만약 안지만이라고 하면 김사율, 강영식, 허준혁(좌), 임경완 계투진에 안지만 마무리라 놓고 보면 전체적으로 B+ 이상은 되어 보이고.

아무튼 현실과 전혀 무관하게 오로지 내 머리 속에서만 가능한 GM 놀이. 나같은 몽상가들에게 따악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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