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쿵푸스/고미숙 지음/2007년 그린비

이 책의 저자 고미숙은 고전을 공부해서 세상의 도를 깨우쳤다. 그래서 이래저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참으로 많다. 먼저, “사람들이 공부에 대하여 잘못된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공부하는 방법 또한 잘못 되었다“고 말씀하신다. 그 말씀에는 고상하고 깊은 뜻이 담겨 있다. 상당 부문 공감도 가지만 고전에서 건져 올린 옛날 이야기라 공감이 가지 않는 부문도 있다.

 

먼저 "배움의 코뮌을 조직"하라는 말에 큰 공감이 간다. 혼자 앉아서 많이 외우는 것만이 공부는 아닌 것이다. 오히려 여럿이서 어울리며 같이 토론을 하는 것이 진정한 공부다. 토론을 위해서는 내용을 단순히 외우는 것에 그치면 안 된다. 그러니 자연스레 스스로 내용을 조직하고 재구성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훨씬 더 깊이 있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시각과 의견을 들을 수 있으니 그 넓이 또한 훨씬 넓어진다. 무엇보다 여럿이서 하므로 '함께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등산도 혼자서 한다면 마냥 힘들지만 여럿이서 하면 설악산, 지리산 등 높은 산들도 어렵지 않게 올라갈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실제로 종이 치면 빨리 끝내고 싶은게 일반 수업이라면 같이 토론하면서 공부하는 수업은 ‘함께하는 재미’가 넘쳐서 예정 시간보다 훨씬 더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저자에게 우리 나라의 학교 제도란 단순히 공부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퍼트리는 곳이다. 학교에서 독서란 "그저 개인적 취미나 교양의 영역이고, 공부는 그것과 달리 구체적이고 실용적 지식을 배우는 것"으로 가르치고 있다. 시험을 위한 공부, 주식/부동산, 자격증을 위한 공부 등 구체적인 결과물이 있는 것만이 공부인 것이다. 반면, 인간의 존재 자체에 대한 탐구 및 광활한 우주의 원리에 대한 이해 등은 일반인들이 해야 하는 공부가 아닌 것으로 잘 못 가르친다. 그리고 공부란 도서관에서 조용히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학생들은 영어 공부도 도서관에서 조용히 하고 있다. 반복해서 듣고 큰소리로 따라 읽어야 할 언어 공부가 학교 현장에서는 조용히 해야하는 것으로 바뀌어 버렸다

 

상당 부문 동감할만한 우리 나라 교육 인식이다. 하지만 너무 한 쪽 면만을 부각시켜 불편하다. 저자의 현실 인식이라고 한다면 분명히 우리 나라는 이미 망했어야 될 정도로 심각하다. 저자에게 망하지 않는 이유를 물어본다면 어떻게 답변할까?

 

그리고 하루 2시간의 여유도 가지기 어려운 오늘날의 직장인들에게 이 책은 어떤 가치를 가질까? 대부분의 현대인은 자아 실현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럼에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이런 우리에게 고전만 읽으라는 저자의 가르침은 너무 가혹하다. 저자는 "독서는 결코 선택이나 취미가 아니라 필수며, 특히 고전 읽기를 하지 않는다면 그 공부는 말짱 도루묵"이라며 강변한다. 하지만 일반인 중 몇 명이나 고전을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고전은 단어 자체가 생소한 것들이 많다. 또한 대부분 배경 지식 또한 턱없이 부족하여 저자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이렇게 어려운 것이 공부라고 정의한다면 그저 공부란 교수들만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글쓴이의 주제와 내용 자체는 훌륭한 부문이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밀한 현실 인식이 부족한 것은 아쉽다. 일방적으로 '예전 고전을 찾아보니 정말 훌륭한 경구들이 많고 선현들의 생각이 탁월하더라 그런데 현실은 그것과 동떨어져 너무너무 안타깝다'라는 주장만 뒤풀이 된다는 느낌이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자신의 사주 팔자와 운명을 알 수 있고 자신의 몸에 대해서 공부하면 불치병도 고칠 수 있다' 라는 주장들은 일반인들이 다다르기에는 너무 먼 고수들의 이야기 같아 실감이 잘나지 않는다. 과연 하루 2시간씩 책을 읽어서 도달할 수 있는 경지일까?

 

후기

 

8월 22일 5시 20분 ~ 8월 23일 01시 45분

- 글쓰기만 5시간 이상 소요

 

1. 책에 대하여 충분히 생각하고 집중해서 할 이야기가 많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쓰려니 참으로 어렵다.

2. 책 내용 자체가 객관적인 정보의 전달보다는 주관적인 의견을 주장하는 설득적인 글이라 서평 쓰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무엇보다 글을 쓰다 보니 이게 내 이야기인지, 지은이 이야기인지 헷갈려 서술어 선택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3. 처음에 전체 글에 대한 구조를 미리 정했어야 했다. 스스로 생각이 정리가 안 되어 무작 정 글부터 쓰려고 달려드니 문장이 늘어날 수록 더욱 혼돈스러웠다. 결과적으로 시간이 훨씬 많이 소요되었다.

 

4. 책의 내용을 요약 할 것인지, 아님 내 주장을 내세울 것인지 불분명했다.

: 공감이 가는 부문, 가지 않는 부문으로 나누면 좋았을까?

혹은 요약을 할 것인가? 주장을 내세울 것인가? 분명히 정했어야 되는데.

 

전체적으로 쓰면서 많이 괴로워한 부문이 많이 아쉬웠다.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라 생각하며 위안을 할까? 아님 즐거운 글쓰기, 부담없는 글쓰기가 더 중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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